병원 CS 컴플레인은 대개 ‘큰 실수’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어긋남에서 시작되죠.
- 설명이 단 1분 늦었을 때
- 말 한마디의 뉘앙스가 모호했을 때
- “아, 그건 제가 다시 확인해 볼게요”라는 말이 여러 번 오갔을 때
이 순간들 하나하나는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이 쌓이기 시작하는 지점이 됩니다.
문제는 이런 찰나의 순간들이 대부분 기록도, 공유도 되지 않은 채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CS는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박스' 상태로 흐릅니다.
누가 어떤 설명을 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질문이 반복됐는지, 환자가 어떤 지점에서 망설였는지... 그 흐름은 어디에도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험 신호가 발생해도 알 수 없고, 관리자가 상황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환자의 마음이 돌아선 뒤입니다.
이때의 개입은 ‘예방’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일을 정리하는 ‘수습’에 가깝습니다.
원장님이나 실장님이 “어떡하죠, 환자분이 화가 나셨어요”라는 이야기를 듣는 시점에는 이미 환자 입장에서는 “왜 이제야 대응하는 거지?”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생긴 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병원은 이 지점을 문제로 봤습니다.
직원들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게 해봐”라고 말해도, 그 말이 언제나 같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촉하거나 통제하는 대신, 환자가 지금 어떤 안내를 받고 있는지 조금 더 이른 시점에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쪽을 택했습니다.

CS를 ‘관리 대상’으로 본 게 아니라, 환자 경험의 ‘흐름’으로 보기 시작한 겁니다.
위험이 가시화되자 개입의 타이밍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불만이 터진 뒤에 사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불편해질 가능성이 보일 때 미리 기준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죠.
그 결과,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환자 반응이 좋았던 응대가 개인의 센스로 끝나지 않고, 병원의 ‘공통 기준’으로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표현이 오해를 줄였는지, 어떤 설명 방식이 신뢰를 만들었는지, 그 기준이 다음 응대의 출발점이 되기 시작한 겁니다.
CS를 더 잘하려고 애쓰지 않았고, 직원을 더 관리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보이게’ 만들었을 뿐인데, 컴플레인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도대체 이 병원은 CS를 어떻게 시각화했을까요?
어느 타이밍에 개입하고, 어떤 기준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이 변화를 이끈 이사님과 원장님의 실제 인터뷰를 통해, 그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시스템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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